왜 이제는 물 처리시설도 전 생애주기로 봐야 할까
상하수도 시설을 떠올리면 보통은 물을 공급하고, 사용한 물을 처리하는 기능부터 생각하게 된다. 상수도는 취수, 도수, 정수, 송수, 배수 과정을 거쳐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하수도는 발생한 오수를 관로로 모아 처리한 뒤 방류하거나 재이용한다. 즉 상하수도는 생활과 공중위생을 지탱하는 대표적인 기반시설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하수도 시설을 단순히 “물을 다루는 시설”로만 보지 않는다. 이제는 이 시설이 얼마나 많은 자재와 에너지를 쓰는지, 운영 중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장기간 유지관리까지 포함하면 환경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까지 함께 보게 되었다. 이때 중요한 개념이 바로 LCA(전과정평가)다.
LCA는 어떤 제품이나 시설, 서비스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사용되고 폐기될 때까지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부하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쉽게 말하면, “이 시설이 태어나서 없어질 때까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보는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LCA(전과정평가)는 무엇을 보는 개념인가
예를 들어 정수장을 하나 만든다고 해보자. 정수장은 단순히 콘크리트 구조물만 세우는 시설이 아니다. 그 안에는 철근, 관, 밸브, 펌프, 송풍기, 전기설비, 계측제어설비 같은 다양한 자재와 장비가 들어간다. 시공 과정에서는 굴착 장비와 운반 차량이 움직이고, 운영이 시작되면 전기를 사용하고 약품을 주입하며, 유지관리 과정에서는 부품 교체와 보수가 반복된다. 시설이 노후화되면 개량이나 갱신이 필요하고, 결국 철거나 폐기 단계도 맞게 된다.
LCA는 바로 이 전 과정을 한 번에 본다.
- 원료 채취
- 자재 생산
- 운반
- 시공
- 운영
- 유지관리
- 개량·교체
- 폐기 및 재활용
즉 시설의 현재 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설의 전 생애주기 전체를 본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때 어디까지를 평가에 포함할 것인지 정하는 범위를 시스템 경계(System Boundary)라고 하고, 무엇을 기준으로 비교할 것인지 정하는 단위를 기능단위(Functional Unit)라고 한다. 이 두 개념은 뒤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전과정평가의 기초가 되는 핵심 틀이라고 보면 된다.
왜 상하수도 분야에서 LCA(전과정평가)가 중요해졌을까
상하수도 시설은 겉보기에는 토목 구조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상수도는 취수와 송수 과정의 펌핑 에너지, 정수처리 과정의 전력과 약품 사용량이 크고, 하수도는 관로 이송, 펌프장, 생물학적 처리, 슬러지 처리 과정에서 많은 전력과 자원이 들어간다.
상수도 쪽을 보면 다음과 같은 부분이 환경부하와 연결된다.
- 원수를 끌어오는 취수시설
- 도수·송수 과정의 펌프 운전
- 정수장의 혼화, 응집, 침전, 여과, 소독, 고도처리
- 송배수 과정의 가압 및 누수 대응
- 약품 생산과 사용
하수도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대표적이다.
- 하수의 관로 이송
- 오수·우수 펌프장 운영
- 생물학적 처리의 송풍 동력
- 질소·인 제거를 위한 고도처리
- 슬러지 농축, 소화, 탈수, 건조, 소각 및 자원화
즉 상하수도 시설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면서도, 동시에 그 자체가 적지 않은 에너지와 탄소를 수반하는 시설이다. 그래서 이제는 단순히 “처리가 잘 되느냐”만이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얼마나 저탄소로 처리하느냐까지 중요해졌다.
LCA(전과정평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LCA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계산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핵심은 어디에서 환경부하가 많이 발생하는지 알고, 더 나은 대안을 고르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두 가지 송풍기 안이 있다고 해보자.
- A안은 설치비가 저렴하지만 전력 사용량이 많다.
- B안은 초기 설치비는 더 들지만 고효율이라 전력 사용량이 적다.
초기 공사비만 보면 A안이 유리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15년, 20년 동안 운영한다고 보면 전기 사용량 차이 때문에 B안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즉 LCA는 “처음에 얼마가 드는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주기에서 어느 안이 더 바람직한가를 보는 도구다.
관종 비교도 마찬가지다.
- 어떤 관은 제조단계 탄소배출이 크지만 내구성이 좋고 교체주기가 길 수 있다.
- 어떤 관은 제조단계 부담은 적어도 교체가 더 자주 필요할 수 있다.
이럴 때 단순 자재 단가만 보면 안 되고, 생산-시공-운영-교체-폐기까지 포함해 어느 안이 더 적절한지를 봐야 한다. 이때 LCA가 유용하다.
즉 LCA는 단순 환경평가 기법이 아니라,
설계안 비교, 공법 선정, 설비 교체, 운영 최적화, 자산관리 방향 설정을 위한 도구라고 보면 된다.
상하수도에서 LCA(전과정평가)를 볼 때 중요한 관점
상하수도 분야에서 LCA를 이해할 때는 몇 가지 관점을 같이 잡아두면 좋다.
첫째, 운영단계의 비중이 큰 경우가 많다는 점
상하수도 시설은 장기간 운영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건설단계에서 자재가 많이 들어가더라도 운영하면서 전력과 약품이 누적되면 운영단계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둘째, 기능과 환경성을 같이 봐야 한다는 점
탄소배출이 적다고 해도 수질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없다. 반대로 처리효율은 높지만 지나치게 에너지 집약적이라면 장기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즉 상하수도에서는 기능적 동등성이 전제된 상태에서 환경성을 비교해야 의미가 있다.
셋째, 비용과 함께 봐야 한다는 점
실무에서는 결국 경제성도 중요하므로, LCA는 LCC(생애주기비용)와 함께 검토될 때 힘을 가진다.
전과정평가는 환경성을, 생애주기비용은 경제성을 보여주는 핵심 축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넷째, 자산관리와 연결된다는 점
시설을 언제 보수하고, 언제 교체하고, 어느 설비를 우선 개선할지를 판단할 때도 LCA 관점은 도움이 된다. 즉 LCA는 단순한 환경지표가 아니라, 시설관리 방향을 정하는 기준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다섯째, 결과는 숫자로 나타난다는 점
LCA 결과는 보통 탄소발자국, 즉 여러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환산량으로 바꾼 값으로 많이 제시된다. 예를 들면 킬로그램 이산화탄소환산량, 톤 이산화탄소환산량, 또는 물 1세제곱미터당 이산화탄소환산량 같은 식이다.
“친환경적이다”를 감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숫자로 비교하는 도구라고 이해하면 된다.
탄소중립 시대에 왜 더 주목받는가
예전에는 시설을 평가할 때 주로 기능과 경제성을 보았다. 물론 지금도 이 두 가지는 기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기에 탄소와 환경성이 더해지고 있다.
같은 기능을 하는 시설이라도
- 에너지 사용량이 더 적은 안
-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적은 안
- 운영과 유지관리까지 포함해 더 지속가능한 안
이 더 좋은 대안으로 평가받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상하수도도 예외가 아니다. 정수장, 하수처리장, 관로, 펌프장, 슬러지 처리시설 모두 앞으로는 단순히 “돌아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이고 저탄소로 운영되느냐가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즉 LCA는 상하수도 분야에서도 이제 선택적 개념이 아니라, 설계와 운영을 더 깊이 있게 보기 위한 중요한 도구에 가까워지고 있다.
마무리
LCA(전과정평가)는 상하수도 시설의 원료채취, 자재생산, 시공, 운영, 유지관리,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부하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상하수도는 국민 생활을 위한 필수 기반시설이지만, 동시에 상당한 자재와 에너지, 약품을 사용하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따라서 앞으로의 상하수도는 단순히 물을 잘 처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얼마나 저탄소로 계획·설계·운영하느냐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결국 LCA는 상하수도 시설의 환경부하를 숫자로 보여주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더 나은 설계안과 운영 방향을 선택하게 해주는 판단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 편 예고
2편에서는 탄소발자국이란 무엇인가를 정리해볼 예정이다.
전과정평가에서 왜 이산화탄소환산량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여러 온실가스를 왜 하나의 숫자로 바꾸는지를 쉽게 풀어볼 것이다.

*관련 기출문제
1) 상하수도기술사 138회 1교시 10번 「LCA(전과정평가) 기법을 활용한 상하수도 시설의 탄소발자국 산정 절차 및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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